몇년전 봤던 디스트릭트9 이라는 영화가 CGV에서 방영을 해줬다.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는데 역시 명작은 다시 봐도 재밌다.
이 영화의 감독인 닐 블롬캠프는 SF 매니아다. 최근에 만든 영화에서 보면 AI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채피가 있고, 암울한 미래 시대를 그렸던 엘리시움이 있다.
디스트릭트 9은 감독의 단편작품을 장편화 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설정 부터가 매력적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불시착해서 강제 수용되버린다." 영화든 소설이든 재미는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요약됐을때 매력적이냐 그렇지 않냐에서 부터 판가름 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 프런들은 머리가 상당히 나쁘고 행동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거의 대부분의 영화에서 지구에 찾아온 외계인들이 인간보다 고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서 그런지 머리 나쁜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참신했다.
프런이 타고온 우주선과 무기는 그들이 만든것이 아니고 단지 다른 고지능 외계인으로 부터 이송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지구에 불시착하게 됐거나 또는 인간이라고 모두 과학기술에 정통한것이 아닌것처럼 그들은 단지 노동자였을 뿐일 수 있다.
크리스토퍼 존슨도 똑똑해 보이지만 실상은 단지 우주선만 조종할 줄 아는 파일럿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만약 월등한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프런이었다면 인간에게 지식을 팔아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크리스토퍼 존슨은 처음에는 모선만 가면 곧바로 비커스를 치료해 줄것처럼 말하다가 연료를 되찾고 출발하기 직전 3년간 지구에서 기다리라는 피꺼솟할만한 얘기를 꺼낸다. 동족을 구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그전에 치료해를 좀 해주면 안되는 것인가? 좀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일단 우주선에 들어간 다음에 얘기 할 수 도 있었을 텐데 타기 전에 얘기 한것으로 보아 솔직한 성격인 모양이다. 그러니 3년만 기다리면 돌아올거라는 그의 말이 거짓으로 들리진 않는다. 그리고 존슨과 그의 아들을 위해 희생한 비커를 생각한다면 돌아오지 않는것은 쳐죽일 짓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완전히 프론화된 비커스를 인간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크리스토퍼는 비커스의 변태가 빠르게 진행됨을 알고 있었음에도 3년간 기다리라고 말한것으로 보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크리스토퍼가 우주선 탑승 직전의 순간에 비커스에게 지구에서 기다리라고 말한것은 모선에 그러한 치료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었고 자신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동족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비커스를 모선에 못타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든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비커스는 인간들에게도 외계인에게도 철저히 이용만 당한 셈이되는 것이다.
완전히 프론화된 비커스는 다른 프론들과 함께 디스트릭10으로 이주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비커스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 만은 않은 것이 자신의 와이프에게 꽃을 선물한 것으로 보아 인간으로서의 기억과 지능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고 그렇다면 외계인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명령하달이 가능하고 통제가 되는 프론이니 정부나 기업들이 이용가치가 있어서 대우가 나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디스트릭트9이 7년전인 2009년에 개봉했으니 현실의 시간으론 이미 3년은 훌쩍 지나 버렸다.팬들이나 비커스를 희망 고문하고 싶지 않다면 감독은 어서 빨리 차기작을 개봉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얼마전 감독인 닐 블롬캠프가 디스트릭트 10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얘기를 인터넷 방송에 나와서 잠깐 한적이 있었는데 기다리는 팬의 입장으로서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라는 것이 안습이지만 그래도 제작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